생색

전역을 하면 부모님한테 용돈을 받고
공부를 하기로 했다.

원래는 내가 알바해서 공부하겠다고 말했는데
공부한다는 새끼가 뭔 알바야! 라고 뭐라하셔서
그냥 전역하고 바로 시험을 준비할 생각이다.

실제로 다른 짓 안할려고 진짜 최소한의 비용만 남기고
어머니한테 군적금, 남아있는 월급 다 드렸다.

지금 주로 하고 있는 것은 집 근처에 있는 독서실, 도서관 알아보기

어디가 좋을까 저기가 좋을까
역시 다니던 곳이 좋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휴가때야 스타벅스에서 피서겸 간거지

공부할때 매일 커피 한 잔 시키고 몇 시간 앉아서 공부하는 지랄은 무리 ㅎ;


근데 사실 전역하면 가장 무서운 것이
여러 약속들이 문제다.

친구한테 몇 번 여행 같이 가자는 제안도 받았고
그거 말고도 전역하면 ~하자. 같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대표적으로 해외 여행 가자는 제안
(이게 제일 많더라... 대만, 베트남, 유럽일주(!) 등)

게다가 내 입으로 이런 말하긴 그런데

주위에서 같이 술 먹자는 친구들이 많아서
과연 내가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도 1년 휴학을 신청했다.

학교 가면 눈빛만 마주치면 그냥 바로 술자리니까...

내 입으로 말하긴 쑥쓰러운데 술 마시자고 할 사람도 많고
내가 오늘 술 마실? 이러면 같이 마실 사람들이 널린 곳이 대학이다.

대낮부터 술을 마셔도 말리는 사람도 없는 동네인데
분명 공부는 커녕 하루가 멀다하고 음주가무만 즐기겠지

주위에서는 "야 학교 안가면 공부 할 줄 알아?" 이러는데
사실 나도 그 생각을 안한 것은 아니라서 학원을 알아보고있다.

나 자신을 믿을 수 있어야지...

그런데 학원 가격이 만만한 것도 아니고 
지금 이미 1년 프리패스를 끊어놔서 학원까지 다니자니
괜히 인강을 산 꼴이 되고

게다가 어머니께서도
회사 내에서 어디 부서 아주머니 아들이 학원 안다녀도 경찰 시험 붙었다더라
굳이 학원 갈 필요가 있겠냐...? 라고 말하셔서 그냥 관두기로 했다.

써놓고보니 정신승리 같군.
딱히 변명의 여지는 없지.


아무튼 공부하는 입장이라 전역하면 합격하기 전까진 인천에서 안벗어나는게 목표인데
문제는 약속을 잡는 경우가 보통 서울인 경우고
(대부분 대학 친구들은 서울에 있으니까)

"나 공부해야해서 힘들 것 같아" 라고
당당하게 말해야 하는데 이게 참 껄끄럽다.

내 입장에서 보기엔 저 말이 꼭
'난 공부하고 있음 ㅎ' 
이렇게 생색부리는 것 같아보인다.

막상 이래놓고 약속 이런 거 어쩌다 한 번 만나면
지수야... 너가 시험 준비하는데 이렇게 만날 여유는 되니?

이렇게 오지랖 부릴테고

그렇다고 딱 한번이라도 안만나면
"지수야... 너가 무슨 고시 준비하니?"
라는 식으로 말할 수도 있으니까

그래놓고 시발 떨어지면 내가 시발 맨날 어디 사람 만나러 다닐때부터 알아봤다.
라고 조롱할 새끼들도 많을테고...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했나?

아무튼 생각이 복잡해진다.


군대에 있으면 제약이 많아서 쌩까고 도망갈 수 있는데
밖에 나가면 여러모로 신경쓸 것이 많으니까...

솔직히 공무원 준비한다고 말한 시점에서
속으로 씨발 니 주제에 뭘 그런 걸 준비해 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겠지.

열심히 하고 있단 말이에요! 라고 말해봤자
붙지도 않으면 의미 없다...

너가 열심히 했다는 것은 붙었다 안붙었다 의 성과니까


만화 속 이야기인데
어떤 만화에서도 그런 말을 하잖아

"'발라버린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떠올랐을 때는 이미 행동이 끝난 뒤어야 해!"
=> 아가리 털기 전에 끝내고 말해라.

어머니도 비슷한 논조의 말을 많이 했다.


공부하다보면 이런 생각이 자주 든다.
학교 다닐땐 상관 없는데 이제 성인이라 여러 외부적 요인이 너무 영향을 끼치니까
이게 은근히 스트레스를 준다.

얼마나 대단한 시험 준비한다고 무슨 엄청 바쁜 척하냐?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ㅉㅉ 내가 시험에 전부 투자하지 않을 시점부터 알아봤다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막상 또 둘 다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


그렇게 바쁜 척 하면서 결국은 못붙었네 ㅋㅋㅋ
라는 식으로 비꼬는 사람도 있을테고


생각해보니 이런 거 왜 신경 쓰는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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